1:1 과 1:N, 그리고 1:0

Monologue

나는 여럿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1:1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룹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대화가 아닌 것 같고 정신없이 조별 과제를 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침묵만 지킬 수도 없다. 아무 말이 없으면 너무 조용하다고 한 소리 들을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일찍 말하면 내 의도와 다른 말이 나오고, 조금 늦게 말하면 다른 사람과 겹치고, 너무 늦게 말하면 혼자 뒷북을 친다. 말할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보통 대화의 추임새만 넣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대화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하는 것도 싫다. 부담스러워서 뭔가 그 기대에 걸맞은 중요한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나 친숙함 정도가 다른 사람들이 그룹에 있으면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렵다. 어떤 사람이랑은 더 많이 대화했을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이야기한 주제가 상이할 때도 있다. 어떤 사람과는 정말 유치한 이야기만 할 때도 있고, 어떤 사람과는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할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한 곳에 만나면 말 그대로 혼선이다. 마치 여러 세상이 한 세상으로 뭉쳐 혼란스럽고, 난 어떤 세상에 맞춰서 이야기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내가 적절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면 그룹 내에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다.

개인과 대화할 때는 이런 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이미 나에겐 정해져 있고 발화자는 한 명이어서 집중하기가 더 쉽다. 단체에 비해서 오디오가 맞물릴 일도 적고, 필요하다면 대화의 흐름을 내가 제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든 단체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해도 되는 것과 말하면 안 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서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가 있다. 바로 1:0의 대화, 듣는 이와 말하는 이가 같은 대화, 독백이다. 정말로 목소리를 내어 혼잣말하지는 않지만, 내 생각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할 때가 많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독자는 내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오해할까?”라며 질문하고 있지만, 이처럼 대부분의 독백은 잡생각이다.

독백하는 비율이 타인과 하는 대화에 비해 월등히 높은지라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골치가 아프다. 이러한 독백은 정말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일을 만들어서 집중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독이 되는 독백을 줄이고 잡생각을 정리하고자 일부는 글로 남겨서 다시는 똑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이 독백 페이지에 남기고자 한다.

이 글을 포함한 앞으로 쓸 글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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